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해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은퇴 후 여행과 휴식을 상상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은퇴 후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하나의 로망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조기 퇴사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직장이라는 틀 안에서 우리는 종종 삶을 저당 잡힌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하니까요. 오늘 글은 실제 은퇴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며, 은퇴 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퇴사 후 변화
막상 퇴사를 하고 나면, 정말로 노는 게 좋습니다. 아침 8시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여유롭게 일어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루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는 자유는 정말 특별한 경험입니다. 더 이상 실적에 대한 부담이나 불필요한 회의에서 벗어나도 되고, 아침 일과에 쫓기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도 사라지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커피를 억지로 들이켜며 졸음을 쫓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 졸리면 그냥 눈을 감고 쉴 수 있다는 점은 참으로 매력적이죠.
좋았던 점
퇴사 후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거실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며 꽃과 나무들을 찬찬히 구경하는 여유, 그리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평온한 순간들 속에서 삶의 소소한 기쁨을 느낍니다. 아침에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스틱 커피를 마시며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카페 음악을 듣는 그 순간마저도 이제는 감사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불안과 걱정
하지만, 여유가 길어지면 자연스레 지루함이 뒤따라옵니다. 단비가 반갑듯이, 휴식도 적당해야 좋은 법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놀기만 하면 슬슬 뭔가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죠. 조직에 맞춰 살아왔던 과거의 습관들이, 어쩌면 휴식 자체를 낯설게 만들기도 합니다.
삶의 후반전을 60세로 가정했을 때, 우리는 이제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남는 시간들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한 여유가 아닌, 새로운 취미나 운동, 여행 등으로 나만의 일상을 만들어가는 책임감이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인간은 본래 게으른 동물이라고 하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퇴직 후의 나를 돌아보면, 그런 게으름 속에서도 예외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변화
저 역시 퇴직 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성인이 된 두 아이를 독립시키고, 새로운 주거지로 이사하면서 남은 노후를 보내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적당히 안정적인 노후 자금도 확보했고요. 하지만 사람은 단순히 먹고 놀기만 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저는 여유로운 휴식을 취한 후에 깨달았습니다. 결국 소소한 일이 필요하더군요. 생존을 위한 일이 아닌, 활력을 위한 일이요.
깨달음
종로 파고다 공원을 지날 때마다 삼삼오오 모여 바둑과 장기를 두시는 어르신들을 봅니다. 그분들의 모습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도 어쩌면 여유로움을 찾았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입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이 떠오릅니다. 그는 인간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너무 많은 소비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박한 삶을 위해서는 하루에 4시간만 일하면 충분하다고 했죠. 물론 그 시대와 지금은 다르지만, 그가 말한 핵심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과도한 노동과 소비를 줄이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것. 노후에는 그 말이 특히 와닿습니다.
결론
결국 은퇴 후 삶은 각자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저 역시 월급을 받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로 여유로운 10월을 보내고 있지만, 매달 들어오는 연금과 소소한 수입이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면, 내 능력 안에서 그것을 해 나가는 것이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줍니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항상 필요한 존재입니다.
[참고글 : 은퇴 후 50년(은퇴자들의 모임)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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