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이어족과 은퇴설계

희망퇴직이냐 정년퇴직이냐 ? (무한 고민)

비카스 2024. 8. 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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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다가오면서 희망퇴직이냐 정년퇴직이냐라는 무한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경제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정년까지 다니는 게 맞는데, 또 건강이나 직장 내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희망퇴직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희망퇴직 시 퇴직금이 넉넉하다면 말이죠.

최근 카페에서 본 참고할 만한 글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느 50대 초반의 가장인데, 희망퇴직과 정년퇴직사이에서의 갈등중이었고 결국 희망퇴직을 선택한 사례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의 과정이 있을 텐데, 이 분의 글에서 그런 고충과 고민이 잘 드러나는 거 같아 비슷한 상황에 놓여 계신 분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희망퇴직과 정년퇴직 갈등
희망퇴직과 정년퇴직 갈등

 

[희망퇴직 전 상황]

지금까지 직장 생활 27년, 흔히 겪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 레스와 때로는 성취의 보람도 느끼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항 상 마감일에 쫓기는 업무의 특성상(프로젝트 매니져) 공황과 우울증 모두 경험하고 나름대로 마인드 콘트콜로 극복? 하며 지 내온 나날들.. 이제 스스로 희망퇴직을 결정해야 할 시간이 돼었습니다.


사실상 은퇴 준비는 머리로만 했고 뚜렷한 목표나 어떻게 살아 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희망퇴직의 기로에서 어 떤 식으로 자발적 판단과 결심을 했는지 지금까지 살아오신 선 배 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몇 달간 고민에 고민을 해도 고민만 늘어납니다. 결정의 날을 목전에 앞둔 최근에는 하루하 루 생각이 미친년 널뛰듯 바뀌고 있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합 니다. 여성 비하 발언은 아닙니다.)


현재 저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번 기회에 어떤 판단이 후회 없는 결정이 될지 선배님들의 지혜를 공유해 주시길 부탁드립 니다.
1) 직장: 시중은행

2) 현재 연봉 세전 약 1.4억

3) 자녀: 딸 둘 (고2, 중2)

4) 외벌이

5) 잔여 정년기간: 7년 9개월 (임금피크제 고려 6년 7개월)


희망퇴직을 한다는 전제로 자산 현황 1) 서울 자가 소유 아파트 : 시세 대략 18.5억 (대출 없음) 2) 현금 - 아이들 사교육비로 사실상 모아 놓은 돈은 없음 (두 아이 대학수업료는 직장을 다닐 경우 졸업할 때까지 100% 지원받을 수 있음) - 주식, 코인, 부동산투자 전혀 안 함 (아니 못함) 3) 희망퇴직 시 현금수령금액 -퇴직금 4.5억 + 희토금 7.5억 = 합계 12억 (단 세금 20%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9.6억) 4) 그 외 다른 자산 전혀 없음 5) 평소 생활비 :월 약 4백
사실 회망퇴직 조건과 일정이 발표되기 전에는 은퇴 후 몇 개 월 마음을 가다듬고 휴식과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고 마음 먹 고 있었지만 막상 신청 마감일을 받아 보니 생각이 많이 복잡 해 집니다. 부모님과 배우자는 저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하지만 속마음은 그냥 정년까지 다녔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정년을 고민해 봤지만 이번 대규모 희망퇴직 후 정상적인 맨파워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생각을 하면 내가 과연 감 당할 수 있을까. 설령 내 능력껏 대충 한다고 해도 심신은 계속 병들어 갈 텐데..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제가 이 카페에 가입 후 인생 선배님들의 좋은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때로는 후배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느끼는 부분을 조 언해 주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최종 결정은 스스로(배우자와 상의 포함)하고 그 결과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나중에 후회가 없도록 저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네요.
오늘 일요일 아침은 유난히 고요하고 스산하네요..

[선택 후 감정] 

안녕하세요. 저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신 회원님들의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최종 결정을 하기까지 과정과 지금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희망퇴직을 신청했습니다.

결정하기까지 신청 여부에 따른 모든 경우의 수, 그리고 지금 나의 상황, 가족 및 주변 지인들의 반응 등 수많은 크고 작은 고민거리들이 제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무겁게 느껴졌고 생각의 흐름과 변화하는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어 거의 미칠 지경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과거 불행한 일과 미래에 아직 오지 않을 막연한 두려움이 뒤섞여 그야말로 혼돈의 상태로 며칠을 보내니 이제 진짜 결정할 시점이 다가왔음을 느꼈습니다. 희토 신청을 실행하기 전날 결심을 합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신청하고 후회하지 말자라고...

막상 그날 아침이 돼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마음을 굳혔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저를 잘 이해하고 평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에게 전화로 나의 결심을 말하고 지지를 얻고 싶은 일종의 의식행사를 치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화 한 통으로 내적 갈등이 다시 촉발했습니다. 너처럼 한 직장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즉시 대체 불가한 업무를 하는 사람이 왜 나가느냐는 동료의 말에 그동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가까스로 카오스 상태를 벗어났는데 블랙홀이 저의 발목을 다시 잡아당기고 있었습니다. 결국 지인과 동료들에게 다시 전화를 돌립니다... 모두 의견이 다릅니다. 저의 결심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마치 결정장애가 있는, 제가 가장 비호감으로 생각하는 상사와 같은 모습으로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때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벼락치기', '뽑기', 그리고 '우연' 같은 단어들이었습니다. 그래 지금까지 나를 괴롭혀온 모든 고민과 짐들을 버리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며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들을 노트에 적어보았습니다.

건강, 경제력, 사회적 지위와 명예, 자아실현 이렇게 4개의 키워드로 압축되었습니다. 자 여기서 지금(현재)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우선순위로 정해보자 라는 생각의 흐름이 최종 결심의 단서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건강'입니다. 이 흔한 누구나 아는 단어에 저는 희퇴를 결심하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신청을 했습니다. 27년의 직장생활이 클릭 3번으로 정리되더군요...

한 가지 저의 기대와는 달리 클릭하면 체한 상태에서 손가락을 타고난 후의 시원함을 느낄 줄 알았는데 당일과 다음날까지 아무 느낌이 없었습니다. 마치 머리와 몸이 따로 반응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무감각 상태로 잠시 지냈습니다.

신청 후 2주가 지난 지금은...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더군요 그동안 김서린 안경을 쓰고 있던 느낌이라면 지금은 처음 총천연색 칼리 TV를 볼 때의 충격이랄까 주변 모든 풍경과 내 삶이 또렷하고 아름답게 보이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미래의 걱정은 천천히 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길게 6개월 정도의 소소한 계획만 스케치하고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하려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싫었던 동료조차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업무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니 똑같은 일을 하는 데로 과거 대비 생산성과 효율성이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말로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네요 일상생활에서 그냥 웃음이 납니다. 누가 보면 실성한 줄 알 것 같아요. 갑자기 아내와 자녀들이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반찬도 많아지고 아이들의 표정도 환해지고 저에게 장난도 농담도 합니다. 저도 다 받아 줍니다. 가족 간에 있던 보이지 않았던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입니다. 특히 고2인 첫째 아이가 저에게 보낸 긴 문자는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엄마에게 아빠의 결정에 대해 들었을 때 나는 슬프지 않았어. 그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했으니 이제는 아빠 인생을 살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빠는 내가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저와 동생을 지금까지 부족함 없이 자라게 해 줘서 고마워.' 눈물이 나더군요.

참 그리고 퇴직 시점은 내년 4월 말입니다. 업무의 연속성과 후임자 선정, 그리고 인수인계까지 기간을 고려한 기간이고 이 시간이 저에게는 마음의 부담을 한결 덜어 주었습니다. 천천히 차분하게 은퇴 후 생활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지금은 마치 동심의 세계로 들어온 듯한 기분으로 잔잔한 호수 같은 평정심을 잘 유지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작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희퇴 신청날 3일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셨습니다. 제가 피곤해서 잠들려는데 누군가가 전화기를 들고 오면서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는 겁니다. 난 졸린데 피곤한데 왜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하셨나 하고 통화를 하니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닌 그냥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끊은 것 같습니다. 꿈에서 깨어나니, 이왕 연락을 하셨으데 지금 제가 고민하는 것에 대한 조언을 해주시지 왜 별일도 아닌 일로 전화를 하셨을까 하는 잠깐의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신청까지 마친 3일 후 갑자기 번쩍 하는 깨달음이 오더군요. 아버지는 45세에 권고사직을 당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저에게 하신 말씀은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후회하지 않을 것이고 네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 살아가도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 없이 잘 지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억지 의미 부여가 아닌 실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가장 즐겁게 읽었던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피어나려 흔들리는 당신에게'라는 책의 좋은 글귀를 공유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다시 피어나려는 중년을 위한 마음 철학 10]


1. 상상하는 대로의 두려운 일은 결단코 일어나지 않는다.
겁내지 말자

2. 미래에 대한 불안을 끊어내면 오늘이 편안해진다.
오늘을 충실하게 즐기자.

3. 인생의 모든 순간은 언제나 첫 경험일 수밖에 없다.
실수한 나를 용서하자.


4. 과거에 대한 모든 죄책감은 오늘을 무기력하게 보내려는 핑계이다.
지나간 내 모습에도 만족하자.

5. 분노는 어떤 과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감정에서 자유로워지자.

6. 모두에게 웃어버리면 결국은 신뢰를 잃게 된다.
미움받을 용기를 갖자

7. 자신은 자식, 나는 나. 자녀의 삶을 존경하자 그들의 과제에 끼어들지 말자.

8. 상대가 나의 조언을 거절한다면 받아들이자.
"준비는 되어 있으니, 언제든 애기해."라고 기다리자.

9. 힘이 들 땐 도움을 요청하자.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지 말자.

10. 상대가 나에게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믿자.
"미안해."보다는 "고맙다."라고 말하자.

 

출처: [은퇴 후 50년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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