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고려인 추석 맞이 문화행사(feat. 홍범도 장군)
9월 16일(토) 타슈켄트에서는 타슈켄트 내 고려인 문화협회 주최로 고려인 추석 맞이 문화행사가 열렸습니다.
한국의 추석보다는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은 현재 날씨가 만연한 가을로 수확계절이 한국보다는 빠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추석은 이맘때쯤이 아니었겠나 이루 짐작이 됩니다.
작년에는 우즈베키스탄에 온지 얼마 안 되어서 참석을 못했지만, 이번에 행사에 참석해 보니 행사 규모도 상당했고 오래전 이주해 온 고려인들이 세대를 이어가며 우리의 전통문화를 기억하고 유지시키려는 모습이 보여 한편으론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고려인은 19세기 중엽부터 광복 때까지 러시아와 구소련 지역으로 강제 이주한 이들과 그 친족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참으로 아픈 역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 그림이 일제강점기 당시 연해주에 모여살던 고려인들이 916 차량번호 기차를 타고 강제 이주한 모습을 그린 것 같은데요. 그때의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된 거 같습니다.
행사 장소 및 분위기
타슈켄트에는 한-우즈베키스탄 우호 교류의 장으로 이전에 한국 문화 예술의 집이라는 컨벤션 센터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정부측에서 지원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우즈베키스탄 내 고려인이 약 18만 명 정도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행사에서 보니 각 지역별로 고려인 대표분들이 참석했는데 우리와 모습이 비슷하고 우리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 낯설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르신 분들 뿐만 아니라 K-Pop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는데, 신구의 조화가 좀 생경하기도 하면서 뭔가 우리 문화의 빠른 변화 과정이 이 분들의 모습에서 함축적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행사가 생각보다 더 활기있고 참석인원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보아하니 꼭 고려인이 아니더라도 한국을 사랑하는 많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방문을 했더라고요.
행사내용 및 모습
저도 결혼당시 한복을 입고 이후 입어본 기억이 없는데요. 특히나 요즘 우리 아이들 또한 한복일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손에 꼽힐만한데. 이곳의 고려인 아이들이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해외에서 보니 정말 우리 고유의 전통이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요즘 우리 전통문화보다 핼러윈 같은 서양문화에 열광하는 모습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네요.)
이곳에서는 곳곳에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알리는 부스들이 여럿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윷놀이나 제기차기 등을 실제 체험해 보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도 여럿 보였습니다.
11시부터는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이 되었는데요. 우리 전통 악기를 이용한 사물공연과 우즈베키스탄 지역민족 전통의 춤과 노래등을 적절히 섞어가며 분위기와 흥을 돋웠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사는 동안 보기 힘든 전통춤과 노래가 오히려 이곳에서 흘러나오니 너무 신기하고 흥미롭더라고요.
게다가 이런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사람이 다름 아닌 외국인이라는 것도 놀라웠고요.
완전한 우리 고유의 전통이라기보다는 조금 우즈베키스탄 느낌이 가미되긴 했지만 한편으론 고려인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렇게라고 계속 이어가려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제가 알기론 실제 1860년 무렵부터 강제이주가 시작되었으니, 1세대 분들은 사실상 거의 안 계시고 2세대 3세대 분들이 국적은 우즈베키스탄이지만 이러한 우리의 문화를 이어오고 계신 건데요. 같은 민족으로서 세계 속에서 자랑스러워할 만한 우리의 문화와 경제에 이분들도 함께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춤추고 노래하시는 분들이 대개 고려인 분들이 많았는데, 세대가 흘러가면서 2세와 3세에서는 민족이 섞여 외모가 조금은 우리와 다른 모습을 하신 분들도 보였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또 한 가지 너무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한복을 입고 전통춤과 노래를 하는 가운데에서, 우리의 자랑 K-Pop을 이어가는 젊은 세대들의 공연 또한 너무 멋졌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오신 고려인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다리를 훤히 내놓고 골반을 흔드는 이상한 춤을 보면서 뭐라고 생각하셨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이런 모습을 넋 놓고 보시는 그분들의 모습 또한 한편으론 너무 신기했습니다.
공연 행사의 마지막은 사물놀이와 함께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강강술래를 하며 손에 손을 잡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교류하는 모습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이날 이 공연뿐 아니라 대강당에서는 별도의 전통공연도 마련되어 있었고, 소규모 행사장에서는 그림전시나 한국의 전통문화와 음식을 소개하는 여럿 행사들이 또 마련되어 저녁까지 고려인과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알차게 기획되었습니다.
마무리 글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행사에서 생각보다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고려인의 강제이주 역사를 알고 지금의 현재를 보면 마냥 즐겁게 웃기만 할 수는 없었는데요.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논란이 공산당이란 이데올로기적 이념에 따라 그간 우리 독립역사에서 홍범도 장군께서 세우신 공로가 왜곡되고 축소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홍범도 장군도 속해 있었겠지만 3~4주간 시베리아 횡단 화물열차에 짐짝처럼 실려 약 6천 킬로미터를 이동한 뒤 중앙아시아의 황무지에 내버려진 고려인이라는 우리 민족이 당시 이데올로기적 이념이 무엇이라 생각했겠으며, 소련식 집단농장으로 생명을 근근이 이어가던 분들이 당시 소련체제의 공산당이었다는 이유로 현시점에서 우리 입맛대로 역사를 재해석해서 다시금 그분들을 버리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고 많은 생각을 갖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부디 고려인 분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으로서 한국이 이뤄낸 경제발전과 문화강국으로서의 현재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이함께 느끼고 조금이나마 과거 이방인으로 핍박받던 그런 민족에서 이제 조금은 자부심을 가지면서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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